<목 차>


1. 빈곤은 무엇인가?

2. 빈곤의 개념

3. 빈곤의 정의와 측정

4. 빈곤동학 분석의 필요성

5. 우리나라 최후의 사회안전망의 복지사각지대








 









1. 빈곤은 무엇인가?



“빈곤은 매일 아침 더럽고 불쾌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피곤한 것이다. 더러운 것이다. 추운 겨울 (연료가 없어 추위에) 밤새 깨어있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나의 옷과 냄새 때문에 잔인하게 굴어 학교를 그만두게 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다. 어두운 미래를 보는 것이다. 모든 자존심이 없어질 때까지 자존심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산(酸)액이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 내가 다른 곳이나 다른 시간대에서 왔다고 생각마라. 나 같은 사람들이 당신 주위에 널려있다. 분노의 심장으로 우리를 보라. 분노가 우리를 돕도록.”


미국 오클라호마의 한 가난한 여성이 “빈곤이 무엇인지 묻는다면”이라고 쓴 글이다(Henderson, 1971). 세계은행의 Narayan 등(2000)은 세계의 빈자 2만 명을 직접 만나 작성한 "변화를 바라는 울부짖음"이란 보고서에서 빈자들은 빈곤을 음식․주거․생계․자산과 돈 등 물질적 결핍, 굶주림‧아픔‧불편, 소진과 시간 부족, 배제‧거절‧고립‧외로움, 가족과 타인과 나쁜 관계, 불안전‧취약성‧걱정‧두려움‧낮은 자기 확신, 무능‧무력‧좌절‧분노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소득부족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빈곤은 고통이다. 빈자들은 무력하고 목소리가 없다.”고 요약하였다.





◯ 빈곤은 고통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좋지 않은 삶이 무엇인지 잘 안다. 매일 매일의 빈한한 생활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는 것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한다. 빈자들은 목소리 없이 조용하다.


    • 값 싼 음식과 같은 생필품 없이 지내기도 한다. 깨끗한 물, 난방비, 전기료, 건강식품, 외출에 필요한 새 옷 구매는 매우 어렵다. 월세 낼 날이 다가오면 무섭다.
    • 범죄 또는 폭력이 빈번한 지역에서 사는 것이 불안하다.
    • 병은 참는다. 치과에 갈 수 없다.
    • 저축이나 준비금이 없다. 실직하거나 아프게 되면 빚을 져야 한다.
    • 빈곤위험에 있는 사람들은 소득부족만 아니라 재산, 교육, 주거, 건강, 사회관계, 노동, 정치적 발언 등에서 다차원적으로 결핍들이 중첩되고 상호 강화되어 ‘빈곤의 덫’에 빠지게 된다.





◯ 빈곤은 만성화되고, 대물림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장기적인 빈곤의 덫과 불리한 사회적 조건에 적응하게 된다. 무력하다. 내일에 대한 희망도 꿈도 없다. 자녀들은 건강치 않고, 학업결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 아이를 잘 먹이지 못하고 있다. 
  • 잘 교육시키지를 못한다.돈이 없어 건강서비스, 학교 진학, 교육기회를 포기한다.




◯ 빈곤은 폭력적 범죄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인간의 생존권과 행복권이 박탈된 집단이다. 쫓겨나고 배척된다. 죽는 자리에 있다.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처벌받고 있다. 범죄 중에 가장 독한 것이 빈곤이다. 빈곤은 악이다. 그러나 익명의 범죄자나 악마를 찾을 수 없다.


    • 빈곤은 개인 불운, 질병, 실직 등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구조적인 저소득상황이 지속 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이들 가난하게 된 사람들을 정치, 경제, 노동, 복지 등 사회체제가 사전에 예방하지 않았고, 사후적으로는 차별하여 방치하고 구제하지 않은 결과이다.
    • 빈곤은 폭력의 다른 이름이다.
    • 사회적 죄악과 폭력을 묵인하는 사람들은 범죄자와 같다.




◯ 공동선보다 사익추구에 매몰되어 있는 사회는 빈곤을 제도적으로 유지한다.


    • 복지제도는 복잡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하다.
    • 정부는 재정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수급자 수가 늘지 않도록 급여자격 선정기준을 현실과 상식에 맞지 않게 정한다.
    • 적정한 생계를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적은 급여금액(중위소득의 몇 %),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수급대상 부모의 급여에서 간주부양비 삭감, 사채금리보다 높은 재산의 소득환산율 적용 등 방어적 장치로 실제 가난하지만 복지지원을 받지 못하는 방대한 복지사각지대가 지속된다.
    • 정부는 사전에 정한 빈곤층용 복지예산규모에 맞추어 급여선정 및 급여기준을 비현실적으로 설정하고,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이의 없이 매년 통과시킨다.

 




<참고문헌>


George Henderson, 1971,

America's Other Children: Public Schools Outside Suburbs, the University of Oklahoma Press


Narayan, Deepa, Robert Chambers, Meera K. Shah & Patti Petesch, 2000,

Crying Out for Change, The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 The World Bank








 










빈곤이란 개념은 최저라고 간주되는 좋은 삶(웰빙 well-being)을 갖지 않고 있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의미로서 빈곤담론에서 도출된다. 담론이란 과학, 이념 또는 설명모델과 연관 없는 하나의 사고방식이다.

영국의 저명한 빈곤연구가 Veit-Wilson(1998)은 빈곤담론을 총 7개로 구분하고, 빈곤개념은 담론이 단독으로 또는 혼합되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 구조적 : 빈곤은 ‘사회적, 정치적 및 경제적 구조가 작용하여 적정한 삶의 수준에 참여할 수 있는 자원이 결핍된 것’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해결방안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제도의 구조를 변화시켜 적정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 사회적 배제 : 주류 사회가 개인적 특성 또는 주변부 집단계층(노숙인, 이주민, 알콜 중독자 등)을 구분하여 정상적인 교환, 관행, 권리로부터 배제되는 즉 사회적 참여에서 배제시킨 결과로 빈곤이 발생한다는 ‘관계적 이슈(사회통합의 부족, 권력의 결핍 등)’측면을 강조하는 담론이다. 1980년대 EU는 영국 등 일부 회원국들이 빈곤이라는 수치스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자 사회적 배제담론과 통계적 불평등 담론을 결합하여 ‘빈곤’용어 대신에 ‘빈곤위험과 사회적 배제’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 행태적 : 빈곤은 하부계층의 비정상적인 삶의 양태로 본다. 빈곤문제의 해결방법은 지배적 사회계층의 행동규범으로부터 괴리되어 있는 빈자들을 교정 또는 재교육하는 것으로 소득수준이나 자원의 부족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주로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다.

- 평등적 평균 : 노르딕 국가들에서는 빈곤의 존재를 부정하고 빈곤의 실제 이슈는 시민의 삶의 평균적 수준에서 벗어난데 있다고 본다. 최저소득수준은 적정하여야 하고 누구나 적정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해결방안으로 한다.

- 통계적 불평등 : 현재 서구선진국에서는 다양한 국가별 빈곤특성을 포괄할 수 있고 국제비교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소득(소비) 분포통계수치인 중위소득의 50% (OECD기준) 또는 60%(EU기준) 이하를 ‘빈곤위험’으로 규정하고 있다. 불평등 개념이고, 빈곤개념 또는 실제의 빈곤경험은 무시되고 있다. 이 상대소득 빈곤선은 빈곤을 완화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적정한 기초생활수준에 미치지 않을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 합리적 선택가정의 경제학 : 인간의 경제적 동기가 합리적 선택을 통하여 물질적 보상을 최대화하는 데 있다는 가정위에 기초한 이론적 모델을 갖고 있다. 빈곤은 올바르게 선택하지 않았거나, 비합리적 행동의 결과 또는 노동시장에서 과거 또는 현재 적절한 생산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해결방안은 경제이론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든지, 생산성을 높이든지, 위험을 합리적으로 관리하여 위급한 때를 대비할 수 있게 충분히 저축하는 데 있다. 이 담론에서는 최저소득수준의 결정에 대하여 육체적으로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생존수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계측은 이 담론에 따르고 있다.

- 행정적· 법률적 : 20세기 초 독일의 사회학자 George Simmel은 공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조건에 부합하여 청구하는 사람을 법률상 빈자로 구분하였다. 이 담론에서 빈곤의 해결방안은 공적 급여의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급여를 받는 것이다. 공적 급여의 수준은 사회참여에 적절한 수준 즉 적정한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책정되어야 하지만 일부 선진 복지국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우리나라를 포함)에서는 정책적으로 적정 최저생계비 이하에서 책정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합리적 선택가정의 경제학 담론’에서는 절대빈곤을 정의하고 측정할 때 “사람은 빵만으로 살고”, 빈자에게 필요한 것은 최저한의 물적 자원이라고 본다. 인간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물질적 욕구는 ‘단순히 육체적 효율유지’에 소요되는 소득수준으로 충분하다고 가정한다.

1901년 Seebohm Rowntree는 노동자가 풀타임으로 노동하여 버는 임금수준이 육체적 욕구를 충족하는데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제 1차적 빈곤선으로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후진국들을 포함하여 일부 선진국들은 표준 가구가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한 총 지출액(표준 바짓트)을 생각 없는 동물의 삶의 수준에서 ‘비사회적’으로 정하고 있다.

빈자에 관한 많은 실증연구에서는 총 구매지출액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으로는 ‘병이 없는’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에도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여 왔다. 1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담론의 영향력은 지배적이다. 복지재정지출을 줄이려는 관료와 빈곤율이 하락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정치가 및 이들에게 이론을 제공하는 경제학자들이 비사회적 담론의 주류이다.

예를 들면 영국은 1985년 ‘법률적 담론’에서 ‘통계적 불평등 담론’으로 전환하여 빈곤율이란 공식 통계가 없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영국의 민간 연구소와 대학에서는 인간다운 최저생활이 가능한 빈곤선을 별도로 조사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합리적 선택가정 경제학 담론에 의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연구용역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하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발표하여왔다. 책정된 최저생계비가 적정수준에 크게 비치지 못한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박근혜정부는 2015년7월 통계적 불평등담론에 의거 중위소득의 일정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생계급여는 29%,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3%, 교육급여는 50%)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최저소득보장비율들은 2015년 최저생계비 617,281원이 중위소득의 39.5%이였던 점[실제지급하는 현금급여(생계급여+주거급여)는 중위소득의 32.0%]에 비추어 볼 때 낮다고 평가받은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Veit-Wilson, John, 1998, Setting Adequacy Standards :
How governments define minimum incomes, the Policy Press












 











3. 빈곤의 정의와 측정



빈곤의 정의는 빈곤상황과 비 빈곤상황을 구분하는 정확한 기술로서 빈곤측정에 적용된다. 빈곤측정은 정의에 의하여 도출된 빈곤선 이하에 있는 빈자를 구분하고 집계하는 과정을 거쳐 인구 중 빈자수비율과 빈곤의 심도를 나타낼 수 있는 빈곤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빈곤은 복잡한 현상으로서 빈곤의 개념도 여러 가지이지만 빈곤의 정의는 모두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각종 개념들과 정의들을 모아 내용의 복합성에 따라 한 줄로 세운다면 한 극단에는 인간을 경제적 동물로 규정하고 쾌락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이 있고, 다른 한 극단에는 빈자들의 경험이야기가 있다. 전자는 빈곤을 ‘화폐소득부족’이라고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다. 후자는 빈곤을 불 안녕 또는 좋지 않은 삶으로 보고 Narayan 등(2000)이 보고한 바와 같이 소득·자산 등 화폐적 요소뿐 아니라 무능‧무력‧좌절‧분노 등 수많은 비화폐적 요소들을 들고 있다. 그 외의 빈곤의 정의들은 이 양극단의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빈곤은 여러 가지 면을 갖고 있고, 사람에 따라 해석이 상이하며, 나아가 사회와 지역 및 역사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빈곤은 허용될 수 없고 탈출하여야 하는 삶의 조건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일치한다.

EU의 유럽위원회가 채택한 빈곤의 정의는 대표적 사례이다.


“빈자는 각 회원국에서 자원(물질적, 문화적, 사회적)의 제약으로 최저로 간주되는 삶의 수준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 가족들, 집단들이다.”

이 정의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자원의 결핍이다. 빈곤이 자기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요받는 상황이라는 의미이다. 자원의 목록은 물질적 및 비물질적 자원을 모두 포함하는데 현금, 기타 소득, 재산, 서비스뿐만 아니라 건강 교육과 같은 인간자본, 사회자본이 대상이 되어 협의로든 또는 광의로든 규정할 수 있다.

둘째, 최저의 좋은 삶은 협의로는 기본욕구로, 광의로는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과 역량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한편 EU의 정의는 나라마다 최저로 간주되는 좋은 삶의 수준이 다르고, 소요되는 자원의 수준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정의는 개인단위수준에서 빈곤을 규정하고 있다. 사회단위수준에서 규정하기 위해서는 빈곤의 특징을 집계하여야 한다.

현재까지 논의되어 온 빈곤의 정의 및 측정방식은 크게 기본욕구접근, 주관적 접근, 다차원빈곤접근(또는 삶의 지표)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기본욕구접근


삶에 있어 필수적인 것들에 대한 욕구로서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기본적인 인간욕구(basic human needs)가 있다. 기본욕구는 물질적 조건(자원의 이용가능성과 접근)과 비 물질적 조건(돌봄, 교육 등)으로 나누인다. 인간빈곤은 기본욕구가 적정하게 최저로 충족되지 않아 발생하는 욕구결핍이다. 각 욕구에서 적정하게 최저한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어떤 경계선이 있다고 가정하여 이 경계선을 넘지 못하여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즉 욕구가 결핍되면 인간에게 신체적 정신적 또는 관계 면에서 병적 내지 비정상적 현상이 발생하거나 잠재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욕구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하나의 빈곤이 아니라 다수의 빈곤들이 있는데 최저한으로 소요되는 경계선들의 총체적 집계가 기본욕구의 빈곤선이라 할 수 있다. 빈곤선을 정하는 방법으로는 행정적· 법적 경계선(행정부에서 공포결정), 통계적 경계선(상대소득빈곤선), 주관적 경계선(주관적 소득빈곤선), 표준바짓트방식(최저생계비 산출) 등이 있다.

기본욕구접근은 첫째로는 화폐적 측정이냐 비화폐적 측정이냐에 따라, 둘째로는 간접적 측정(투입기반 방식)이냐 직접적 측정(결과기반 방식)이냐에 따라 크게 아래와 같이 여러 접근방식이 있다.


빈곤측정방식의 분류표

 

간접적 측정(투입 방식)

직접적 측정(산출 방식)

화폐적 측정

절대소득빈곤, 상대소득빈곤,
주관적 소득빈곤

기본욕구결핍 소득빈곤

비화폐적 측정

고용과 공공서비스 접근

물질적 결핍


자료 : OECD의 연구보고서인 Boarini and d’'Ercole(2006)에서 수정 전재

(1) 소득 접근

화폐소득은 개인이 괜찮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원 확보 능력- 개인의 소득, 저축, 재산, 부채동원능력, 교육․건강․주거 등 공공서비스의 이용 등-에 관한 정보 중의 하나로서 특히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재화와 서비스(현물급여, 가사서비스, 공교육 등)가 제외되어 있다. 소득접근은 화폐소득이 기본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자원 확보 능력 자체는 아니지만 대신해서 이용할 수 있는 지표라는 관점이다. 전통적인 복지경제학에서는 비 확실성이 없는 시장경제에서 효용(utility)을 욕구의 충족 또는 선호의 만족으로 정의하고 모든 소비자들은 효용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으로 가정한다. 효용의 측정과 개인 간 비교가 불가능하므로 개인의 현시선호(revealed preference)가 시장에서의 구매 자료에 의해 반영된다는 점에 근거하여 소득(또는 소비)의 크기에 의해 효용의 측정이 가능하다고 가정한다. 많은 소득은 선호와 쾌락을 더욱 만족시키고, 삶의 물질적 수준을 향상시킨다. 빈곤은 삶의 표준을 유지할 소득을 보유하지 못한 불 능력으로서 소득의 부족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기본욕구의 결핍수준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획득 능력이라는 수단(투입물) 하나만을 대상으로 하는 간접적· 단차원적 측정방식이다. 소득금액 대신 소비지출액을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더 타당한 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통계수집이 비교적 용이한 소득통계를 이용한다. 절대적 소득빈곤, 상대적 소득빈곤, 주관적 소득빈곤의 3가지로 주로 분류한다. 소득빈곤접근에 의해 인구수 중 빈곤선 이하의 빈자수의 비율인 머릿수 빈곤율(head-count ratio)은 일반인들이 빈곤의 크기를 직감적으로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빈곤지수이다.

그러나 머릿수 빈곤율은 빈곤지수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성질인 여러 공리들 중에서 단조공리(빈자의 소득이 감축되면 빈곤지수는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머릿수 빈곤율에는 변동이 없다.)와 이전공리(높은 소득의 빈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의 빈자에게 소득이전하면 빈곤지수는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머릿수 빈곤율에는 변동이 없다.)를 침해하여 정책을 오도할 수 있다. 그리고 빈곤의 심도를 알려주지 않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빈곤의 심도를 보기 위해 소득갭비율<(소득빈곤선-빈자들의 평균소득)/(소득빈곤선)>과 빈곤갭비율<(소득빈곤선-전체인구의 평균소득)/(소득빈곤선)>을 산출할 수 있지만 빈자들의 소득분포에 변동이 있더라도 이를 나타내지 못하여 여전히 이전공리를 침해하는 문제점이 있다.

절대소득빈곤

Seebohm Rowntree가 육체적 효율유지에 필요한 최저생존비(또는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소득)으로 빈곤이 발생한다고 분석한데서 유래되었다. 최저생계비산출 방법으로는 전 물량(全 物量) 방식과 반 물량(半 物量) 방식이 있다. 전 물량 방식은 표준바짓트방식이라고도 하는데 일정한 생활수준의 유지에 필요한 일정한 기본욕구를 규범적으로 정하고, 이러한 기본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품 - 식품비(인간에게 1일 필요한 열량과 영양분의 과학적 측정치를 달성할 수 있는 식단을 구성), 의복비, 주거비, 통신비, 문화비 등-의 모든 목록을 구축하여 총비용을 최저생계비로 하여 실제 소득이 이 기준에 미달하면 절대적 소득빈곤으로 구분한다. 이 방식은 빈곤선을 최저생존수준에서 정하려는 의도된 목적으로 소비지출을 억압받는 빈자계층(예, 소득하위 30-40%)의 소비행태에 대한 조사자료(품목의 질, 내구연한, 구입물량, 구입가격 등)의 적용과 조사자의 임의적 판단으로 목록을 정하는 등으로 비과학적 및 비규범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많은 국가에서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이후 이 방식을 채택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이 방식을 고수하여 왔고, 최저생계비를 최저생존비 수준으로 낮게 산출하고 있는 것으로 비판받아 왔다. 2010년에 빈곤감축전략을 수립한 EU에서는 표준바짓트방식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참여적 방법으로 ‘적정한 최저생계비’인 최저소득표준(minimum income standard)을 산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벨기에는 표준바짓트방식으로 자국의 2008년 최저생계비를 산출한 결과 중위소득의 60%(EU의 공식 빈곤선)에 매우 근접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물량 방식은 이론적으로 결정하기 쉬운 최저식료품비에 대해서만 물량방식을 사용하여 계측하고 이에 엥겔계수의 역수를 곱하여 최저생계비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어떤 계층(빈자계층, 평균계층, 기준계층 등)의 엥겔지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최저생계비 크기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빈곤선을 측정한 H. F. Oshima와 D. Nanto는 식료품에 배분되는 소득(또는 지출)의 비율인 엥겔계수가 최대일 때의 소득수준(또는 지출수준)을 가장 긴급한 식료품욕구가 충족되는 소득수준으로 하여 이를 빈곤선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실증조사에서는 농촌지역에서만 이러한 빈곤선을 찾을 수 있었고, 이 빈곤선은 최저한의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비용의 50%에 불과하였다. 미국은 적정한 빈곤선을 찾는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상대소득빈곤

상대소득 빈곤은 사회에서 보는 평균적인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최저한의 소득을 가지지 못한 삶의 조건이다. 상대소득 빈곤율은 평균소득 또는 중위소득의 40%, 50%, 60%, 70% 등을 소득빈곤선으로 하여 그 이하의 소득을 가진 빈자들의 수를 인구수로 나눈 비율이다. 평균소득기준보다 중위소득기준이 주로 이용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극단 값이나 샘플링 오류의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이 접근은 불평등개념을 나타내는 단순한 통계 수치로서 빈곤개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빈곤에 상응하는 다른 개념과 비교하여 상대소득빈곤선이 타당한지 검증이 필요하다. EU나 OECD는 절대소득빈곤측정이 회원국마다 상이하므로 국제비교가 용이한 상대소득 빈곤율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상대소득빈곤선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위소득이 변동함으로 ‘유동적 빈곤선’이라고도 한다. 경기순환으로 모든 빈자들의 삶의 수준이 하락하더라도 상대소득 빈곤선이 낮아져 빈곤율이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1990년 초 핀란드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빈자들의 삶의 수준이 더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소득 빈곤율이 하락하는 경험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최저생계비계측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각종 복지급여대상자의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의 30% 수준-50%로 다층화한 상대소득빈곤선(생계급여 30%수준,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3%, 교육급여 50%)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저소득기준으로서의 상대소득빈곤선이 적정하게 설정된 것인지를 알 수 없다. 특히 생계급여 기준의 경우 30% 책정이 적절한지 검증하기 위해 적정한 최저생계비의 재 산출이 불가피하다. EU는 빈곤을 ‘빈곤위험’, ‘심각한 물질적 결핍’(아래에서 설명) 및 ‘매우 낮은 노동근무시간의 가구(VLWI)’의 3개 지표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빈곤위험에 해당되는 자는 “순 가처분소득의 균등화 중위소득의 60% 이하의 가구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되고 있다. 진정한 소득빈곤선은 절대소득빈곤선과 상대소득빈곤선의 사이에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상대소득 빈곤은 빈곤개념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 따라 중위소득 60% 이하의 소득을 ‘빈곤위험’으로 재규정한 것이다. 한편 OECD는 국가간 빈곤율비교라는 통계적 목적으로 중위소득의 50%를 소득빈곤선으로 삼고 있는데 2015년 OECD국들의 평균 상대 빈곤율은 11.59%이다. 우리나라의 상대소득빈곤율(시장소득의 중위소득 50%기준)은 1992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6년 개인기준 19.5%으로 OECD 평균 11%(2014년)에 비하여 상대소득빈곤율이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특히 66세 이상 노인층은 58.7%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시장소득에서 공적이전을 더하고(조세+사회보험료+사적이전)을 뺀 가처분소득기준으로는 14.7%이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 추이(가계동향조사결과)


주) "제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에서 전재(2017.8)

주관적 소득빈곤

주관적 소득빈곤접근은 태도 접근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품위 있는 삶을 살기에 필요한 최저수준의 소득크기에 대하여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가구들에게 현재의 실제 소득수준과 ‘겨우 먹고 살만한’(또는 ‘빚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소득수준을 질문하여 평균적으로 이 두 수준이 동일하게 되는 소득수준을 한 사회의 경험적 빈곤선이라고 간접적으로 정한다. 이 측정방식은 빈곤에 대한 사회적 의미가 겨우 먹고 살만한 소득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는 조사자의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겨우 먹고 사는’의 표현이 매우 주관적이어서 기준으로서는 너무 광범하다는 점, 용어사용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매우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 등으로 각국에서는 별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 Leyden 방식과 벨기에 Antwerp대학의 사회정책센터방식이 있다.


(2) 고용 또는 공공서비스접근 상의 결핍

장기실업, 의료서비스, 교육서비스, 주거지원서비스 등 삶의 다양한 조건들 중에서 특정한 부문에서 불리한 삶의 상태(disadvantage)를 측정하여 한 사회의 삶의 수준을 간접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EU에서는 빈곤과 사회적 배제의 지표들로 장기 실업률, 학교조기 중퇴율, 취업 없는 가구의 사람 수 등을 소득빈곤지표들과 함께 파악하고 있다. 각 지표들은 특정부문에서 결핍을 겪는 사람들의 수에 대한 측도로서 장점이 있으나 사회전체의 삶의 수준에 대한 측도가 되기에는 미흡하다.

(3) 기본욕구결핍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품위 있는 사회적 삶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재화와 서비스, 활동, 환경, 기회 등의 목록을 먼저 찾는다. 서베이를 통하여 다수가 누구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목록을 정한다. 각 소득계층에서 주요한 필수적인 목록 중에서 보유여부를 가리고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들이 선택에 의한 것인지 또는 불충분한 소득 때문에 강요된 것인지 분류한다. 그리고 각 소득수준과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계산한다. 목적은 증가하는 결핍들의 발생과 상관관계가 높은 어떤 소득수준 즉 경계선을 찾는 것이다. 소득빈곤선은 낮은 소득수준과 사회적으로 정의된 결핍들의 높은 발생률 간의 상관관계가 높은 확률과 소득과 결핍발생률 간의 상관관계가 낮은 확률 사이에 있다. 이는 직접적 및 경험적 접근에 의해 발견된다. 이 방식은 빈곤의 심도를 계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또한 필수품을 결핍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비 필수품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을 빈곤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 등에서 적정한 소득빈곤선을 찾는데 이용되고 있다.

(4) 물질적 결핍

물질적 결핍은 소득빈곤선을 찾기보다는 사회에서 필수적 또는 통상 사용되는 재화, 서비스, 행태 등을 확보할 수 없는 불 소비 또는 불 능력을 직접 관찰하여 산출된다. 소득이 없더라도 현물지원을 잘 받고 있다면 물질적 결핍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물질적 결핍접근은 비화폐적·직접적· 산출 결과적 방식이다. 광의의 물질적 결핍이란 물질적 재화의 결핍, 재정적 어려움, 괜찮은 삶을 살 수 없는 개인의 불 능력으로 정의된다.

EU는 객관적 차원으로 신체적 생존에 중요한 식품 등 기본욕구 만족 항목(이틀마다 고기 ․닭․생선 또는 동등한 채소 섭취, 적절한 난방 등), 괜찮은 삶의 질에 중대한 기본적 여가와 사회행위(매년 1주간의 휴가 또는 때때로 친구와 친척을 초대하여 음료나 식사를 하는 것), 일상생활이나 가사 일을 용이하게 하는 내구소비재의 보유(세탁기, 전화기, 승용차 등), 주거조건(전력․물․수세식 변기의 사용, 주거시설의 열악 등)에 관한 지표들로 구성하고 있다. 주관적 차원에서는 재정적·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개인의 조건에 대한 평가(예기치 못한 비용의 감당, 모기지 이자 또는 월세․공과금․할부금 등의 정상납부, 노동·건강평가 등), 사회 환경의 특성(특정한 위험․범죄발생 우려․학교와 병원의 이용가능성 등)과 개인의 사회적 네트워크(필요 시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할 수 있는 능력) 등으로 구성하고 있다. EU는 6개 차원들로부터 재정적 어려움과 내구재구입의 불능에 관련되는 총 9개 항목을 선정하고 이 중 3개 항목에서 어려움 또는 불 능력을 경험하는 가구에 사는 사람들을 ‘심각한 물질적 결핍’에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측정하지 않고 있다.



2) 주관적 접근


주관적 삶 평가

삶의 질, 웰빙 또는 행복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삶의 수준에 대한 인지적 평가, 긍정적 감정(즐거움, 자부심)과 부정적 감정(고통, 분노, 우려)의 3개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관적 삶 평가(subjective well-being)란 협의로는 개인이 경험하는 쾌락적 측면이 강조되거나 개인의 삶의 목적과 심리적 기능의 좋은 상태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로 정의되고 있다. 광의로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삶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인 여러 평가들과 자신의 경험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포함하여 정신상태가 얼마나 좋은 상태인지로 정의되고 있다. 삶의 전반에 걸쳐 잘 살고 있는지 잘 살지 못하고 있는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생활에 만족하는지 불 만족하는지와 같이 종합적으로 질문할 수도 있고, 개인의 특성을 통제하면서 삶의 각 면(직업, 재정, 거주, 건강, 여가, 환경 등)에서의 수준 또는 만족도를 물어 종합할 수도 있다. 정교한 측정방식이 발달하여 정확성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삶의 질 지표를 만드는데 필요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OECD(2013)는 포괄적인 지표를 만들기 위하여는 삶의 객관적 조건들과 함께 소득과 물질적 조건과는 다른 요소로서 만들어진 주관적 삶 평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주관적 빈곤평가

주관적 빈곤평가는 주관적 삶 평가방식의 하나로서 개인 또는 가구가 빈곤한지 아닌지를 단순하게 질문하여 빈곤여부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주관적 빈곤평가방식은 소득빈곤접근 등 객관적 빈곤측정이 가지고 있는 빈곤선 설정, 가구크기의 반영, 성인과 아동의 욕구차이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며, 장기적인 경제지위전망이 가능하고, 다양한 복지요소들이 반영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 그러나 빈곤에 대한 자기 평가는 자신이 처한 삶의 실제 조건들보다는 자신의 뜻이나 다른 상대방과의 비교에 따른 인지가 반영되는 경향이 있고, 빈자들은 열악한 삶의 조건에 적응하는 행태도 있어 진정한 판단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응답자의 개인특성과 기분 등 관찰할 수 없는 특성으로 인하여 측정오류가 상당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객관적· 주관적 빈곤지표를 결합하여 복합적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많이 기우리고 있다.


3) 다차원빈곤접근


이상에서 살펴본 여러 빈곤측정방식들은 나름대로의 관점과 삶의 특정 차원들만을 선정함으로써 사회 환경속의 삶의 조건, 물질적 비물질적 결핍, 좋지 않은 삶의 지속 등을 전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제약들이 있지만 분석도구로서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고, 상호 보완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소득빈곤접근은 학문적으로든 실제 정책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쾌락․물질․개인 중심의 성격, 수집 소득통계의 부정확성, 시장 밖 교환거래의 불 포함, 소득의 사회발전 대용지표로서의 제약성, 빈곤지수로서의 결정적 취약점 등 다양한 문제점들로 항상 비판받아 왔다. 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이들 다양한 빈곤측정방식을 하나의 분석틀로 종합하거나 삶의 질 또는 웰빙 수준을 전체적으로 직접 측정하여 문제점 없는 일반화된 빈곤지수로 구축하는 방법을 모색하여 왔는데 차츰 다차원빈곤분석으로 수렴되어 왔다. Doyal과 Gough(1991)는 기본욕구접근에서 출발하여 다차원빈곤접근과 유사한 분석틀인 기본욕구일람표를 경험적으로 구축하였다. 삶의 중요한 차원들에 관련된 화폐적· 비화폐적 지표들이 상관관계가 낮다면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빈곤을 측정하는 ‘다차원빈곤 접근’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은 빈곤을 다차원적으로 보고 있다. 좋은 삶의 결핍은 다차원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소득, 재산 등 화폐적 빈곤접근방식은 단 차원빈곤접근이라고 하며, 다차원빈곤접근방식으로는 기본재접근, 제도적 접근, 사회적 배제접근, 역량접근, 삶의 지표접근, 주관적 빈곤평가접근 등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1940년대 이래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사회발전을 1인당 국민소득 등 GDP지표로 거시적으로 평가하고, 성장 제일주의 정책을 채택하여 왔다. GDP지표는 생산 등 경제활동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는 장점이 있지만 사회발전지표로서는 문제점이 많아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이 일찍부터 제기되어 왔다. 2007년 UN, 세계은행, OECD 등 국제기구들은 GDP대안으로서 새로운 사회발전지표를 개발하기로 공동선언하였다. 2009년 프랑스대통령 앞 Stiglitz보고서(Stiglitz 등, 2009)는 웰빙과 사회발전지표의 개발과 관련된 제반 논쟁점을 정리하여 필요성, 이론적 근거, 사회발전의 3영역 틀(경제· 삶의 질· 환경과 지속가능성), 차원과 개별지표 구축에 있어 국민들의 참여, 주관적 평가지표의 도입, 웰빙의 9개 차원 등을 제안함으로써 지표개발의 구체적 추진방향을 제시하여 지표개발의 전환점을 마련하여 주었다. 주요 각국들은 동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Amartya Sen의 ‘역량접근(capability approach)’을 이론적 배경으로 하여 국민들의 참여 하에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하였거나 개발하고 있다. 웰빙과 사회발전의 지속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과 OECD는 삶의 질 지표에 자연자본, 인간자본, 물질자본, 사회자본의 지속성에 대한 측정도 포함하고자 연구하고 있다.

역량접근은 삶의 질이 자율성을 가진 사회구성원 개인들의 화폐적· 비화폐적 각종 자원에 대한 통제력인 역량들과 그 산출물인 기능들의 결합에 의존한다고 본다. 기능들은 개인의 상태(beings)와 행위(doings)로서 건강한지,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안전한지, 인간다운 표준적 삶을 누리는지,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정신상황인지 등 사회가 가치를 두는 삶의 조건들이다. 역량은 개인이 확보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잠재적인 기능들의 집합으로서 소득획득능력, 재산보유크기, 교육수준, 노동수행능력, 건강수준, 사회네트워크 참여, 공공서비스 접근능력 등을 말한다. 역량이 크면 기능들이 개선되고 전체적으로는 좋은 삶이 더욱 향상되는 인과관계가 있다. 역량접근에서는 빈곤은 기본적인 역량과 기능들의 결핍으로 정의되고, 좋은 삶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공식적으로 역량접근을 이론적 틀로 하여 시민단체, 전문학자, 공무원들이 함께 인구 각 계층의 다차원빈곤 상황을 부문별로 분석하고 정부대책 현황과 개선방향을 평가한 “독일의 부와 빈곤보고서”를 3년마다 작성하여 국민에게 보고하도록 법제화 되어 있다.

다차원빈곤측정은 주로 패널자료를 이용하여 다차원빈자의 구분과 집계의 두 단계를 거친다. 측정 작업은 역량접근이론에 의한 측정 틀의 구축, 차원들 및 차원별 지표들의 선정, 각 차원별 경계선 결정, 가중치 결정 등으로 분석모델을 구축한다. 다차원빈자의 구분방법으로는 가중치적용에 의한 웰빙 지수구축 방식, 결핍된 차원들의 합집합방식 및 교집합방식이 있다. 웰빙 지수방식은 가중치결정에 대한 논란, 각 지표의 표준 정규 분포화(또는 표준화), 지수산출 후 다차원빈자를 구분하기 위한 빈곤선의 설정, 수급자선정의 어려움 등 문제가 있다. 다차원빈자가 되기 위해 모든 차원들이 동시에 빈곤선 이하여야 하는 합집합방식과 적어도 하나 이상의 차원에서 결핍이 있어야 하는 교집합방식은 빈자수를 과대 또는 과소 측정하는 수리상의 문제가 있다. Alkire와 Foster(2007)는 지표별로 빈곤선을 설정하여 차원들의 결핍여부를 정하고, 다시 3개 내외의 결핍된 차원개수를 빈곤선으로 하는 이중 경계선을 이용하는 차원계수방식(counting approach)을 개발하여 연령별· 계층별로 분해 가능한 다차원빈곤지수를 산출할 수 있게 되었다. 빈자구분방식이 정해지면 다차원빈자를 집계하면 된다. UNDP는 104개국에 대한 다차원빈곤지수(Multidimensional Poverty Index)를 작성하여 2010년부터 비교 발표하고 있다. 유럽과 후진국들에서는 아동· 노인· 근로계층· 인종별· 지역별로 다차원빈곤분석이 널리 이용되고, 거시정책이나 부문별 복지정책에 적용되고 있다. 서병수․권종희(2013)는 복지패널에 의해 한국의 다차원 빈곤율을 측정하고 2006년 27.1%에서 2011년 22.1%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후 노인, 아동, 청년, 여성 등 취약계층의 다차원빈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고문헌>

서병수· 권종희, 2013, 한국 다차원 빈곤의 종단분석: 차원계수방식에 의한 실현능력접근, 사회보장 연구, 제29권 제3호. 2013. 8.

Alkire, S., and J. E. Foster. 2007.
“Counting and Multidimensional Poverty Measurement,” OPHI Working Paper Series No 7. OPHI.

Boarini, Romina and Marco Mira d’Ercole, 2006,
Measures of Material deprivation in OECD Countries, Delsa/Elsa/WD/Sem(2006) Doyal, L. and I. Gough. 1991. A Theory of Human Need. Macmillan, London.

OECD, 2013, OECD Guidelines on Measuring Subjective Well-being, OECD publishing.

Romina Boarini and Marco Mira d’'Ercole, 2006, Measures of Material Deprivation in OECD Countries, OECD DELSA/ELSA/WD/SEM(2006)6

Sen , A. K. 1999. Development as Freedom New York: Knopf Press.

Stiglitz, Joseph E., Amartya Sen and Jean-Paul Fitoussi, 2009, Report by the Commission on the Measurement of Economic Performance and Social Progress




<미주>

1) 기본욕구(중간욕구 포함)들의 집합을 충족시키는데 소요되는 필수적인 자원(물론 소득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자격 또는 권리도 포함할 수 있다)의 규모 및 구성과 가구나 개인이 실제로 확보한 자원의 규모 및 구성을 비교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욕구(중간욕구포함)를 충족하는 정도를 직접 측정하고자 하는 방법을 직접적 접근이라 하는데 주로 비화폐적 지표에 의한다. 간접적 접근은 욕구의 충족을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고 자원이라는 수단의 결핍에 대한 측정을 통하여 욕구의 충족정도를 대용하여 추정하는 것이다.

2)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새로운 급여체제개편안은 생계급여선정기준을 개편 전 생계급여수준(중위소득의 약 28%) 이상으로 설정하고, 향후 2017년까지 중위소득 30%로 단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3) 18세-59세의 성인이 한 해 동안 자신들의 총 노동잠재력의 20% 이하로 노동하는 가구에 있는 59세 이하의 가구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4) 한 가구의 순 가처분소득액은 조정된 OECD균등화 가중치를 사용하여 균등화된다. 가중치는 첫째 성인에게 1, 14세 이상의 모든 다른 구성원에게는 0.5, 14세 미만의 아동에게는 0.3을 부여한다. 가구 소득을 가중치의 합으로 나누면 가구의 균등화소득이 된다. 모든 가구원의 삶의 수준은 동일하다고 가정되어 있어 이 가구의 구성원들은 1인당 균등화소득이 같다.

5) Doyal과 Gough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심각한 위험을 피하면서 제한이 없이 삶의 여러 형태에 참여할 수 있게 적정한 수준으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욕구를 시민의 자율과 건강(신체적∙ 정신적)으로 규정한다. 보편적 목표인 기본욕구를 얻을 수 있기 위하여 제 2단계로 요청되면서 모든 문화에서 각기의 특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중간욕구 11가지(경제적 안전, 적절한 교육, 충분한 인간관계, 안전한 아동성장, 신체적 안전, 안전한 주거, 영양과 물, 적절한 건강 케어, 안전한 산아조절과 육아, 해 없는 노동환경, 해 없는 신체환경)와 이러한 욕구의 달성에 필요한 구체적 수단으로 두 가지의 조건인 정치적 ∙ 사회적 ∙ 경제적 권리와 정치참여를 기본욕구 일람표로 제시하였다. 다차원빈곤접근에서 구축하고자 하는 차원과 지표의 일람표들과 유사하다.

6) 우리나라는 통계청 주관으로 전문가들이 임의적으로 삶의 질 지표를 작성하여 2014년6월 발표한 바 있는데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저조하다. 삶의 질 지표 작성과정에서 국민의 참여와 객관적 검증과정이 생략되어 타당성 문제가 있고, 종합지수를 산출하지 않고 지표별 동향을 신호등으로 구성하여 사회발전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명하다. 정부는 거시정책지표로 이용할 의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4. 빈곤동학 분석의 필요성



빈곤분석연구의 목적은 빈곤측정에 의해 전체 인구 및 계층별 빈곤의 크기, 심도, 분포, 결핍발생의 부문 및 원인 등을 파악하여 반 빈곤대책의 수립에 자료를 제공하는데 있다. 그러나 특정시점의 빈곤율 크기나 심도 또는 추이로는 빈곤의 특징과 발생 원인들을 충분히 알 수 없는 제약이 있다. 빈곤의 개념에 시간차원을 포함하여 분석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빈곤의 이력을 나누는 개념으로는 일시빈곤, 반복빈곤, 지속빈곤이 있다. 일시빈곤은 1년 단수구간의 빈곤경험이후 빈곤을 탈출한 것을 말한다. 반복빈곤은 일시적으로 1년-3년 정도의 복수의 빈곤경험 후 빈곤을 탈출하였으나 다시 반복하여 빈곤을 경험하는 복수구간들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일시빈곤과 지속빈곤을 구분하는 지점은 빈곤의 반복성에 주목할 것인가 지속성에 주목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된다. 빈곤의 반복성에 주목한다면 복수의 구간 중 한 구간의 길이가 충분히 길더라도 반복빈곤으로 간주하게 되고, 빈곤의 지속성에 주목한다면 이를 지속빈곤으로 간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성빈곤은 반복빈곤과 지속빈곤을 모두 포함하여 빈곤경험이 시간적으로 어느 정도 오래되고 빈곤탈출의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성빈곤은 반복빈곤이 계속되거나 빈곤경험이 오랜 기간 동안(수년 이상, 수십 년 또는 세대에 걸쳐)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만성빈자들은 불안전한 환경에서 노동기회의 취약, 능력결핍, 물질적 자산의 부족, 나쁜 건강, 사회정치적 주변화, 공간적 불이익 등 다차원적으로 복지결핍이 중첩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만성빈자는 “생애의 많은 기간 동안 빈곤상황에 있고, 다음 세대에 그들의 빈곤을 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간 소득빈곤접근에서는 특정 시점에서의 횡단면분석인 정태빈곤분석과 함께 시간차원을 고려하는 소득빈곤동학 분야가 크게 발전하여 왔다. 만성소득빈곤분석은 크게 빈곤주기접근(또는 계수접근)과 항상 소득접근(또는 구성접근)의 두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일반화된(generalized) 만성빈곤지수를 구축하는 쪽으로는 발전되지는 않았다. Foster(2009)는 빈곤선 외에 빈곤지속기간에 경계선을 도입하여 빈곤의 빈도뿐만 아니라 빈곤의 심도를 분석할 수 있는 만성빈곤지수를 구축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다차원빈곤 측정연구에서도 한 시점에서의 빈자구분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해소하게 되었고, 세계적으로는 만성적 다차원빈곤 동학분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Alkire 등(2014)은 차원지표상의 빈곤경계선과 결핍된 차원 개수에 경계선을 두는 차원결핍경계선의 이중경계선에 결핍연수경계선을 추가하여 새로운 다차원빈곤 동학분석방법을 개발하였다. Nicholas 등(2013)은 특정 차원들에서의 결핍집중(폭)과 특정기간들에서의 결핍집중(깊이)을 구분하여 전체 다차원적 결핍에 대한 기여를 계량화하는 방식을 개발하여 차원결핍의 요인이 소득 또는 서비스접근과 같은 차원요인으로 발생하느냐 경기후퇴와 같은 경기 국면 상의 요인에 의해 발생하느냐를 구분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1990년 초 이래 아동, 한 부모, 근로빈곤층,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만성빈곤이 확대되고 심화되어 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노인인구의 절반 이상이 구조적으로 만성적 소득부족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주거, 건강, 여가 등 다차원적으로도 만성결핍이 중첩되어 있어 삶의 질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웰빙이 불충분한 부문과 시급한 우선지원 과제를 찾아 기초생활보장체제를 강구하고, 그 정책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다차원빈곤 동학분석연구가 매우 필요하다.




<참고문헌>

Alkire, Sabina, Mauricio Apablaza, Satya R. Chakravarty and Gaston Yalonetzky,2014,
Measuring Chronic Multidimensional Poverty: A Counting Approach, OPHI Working Paper No. 75

Foster, J.E. (2009). A class of chronic poverty measures. In: A. Addison, D.Hulme, and R. Kanbur(Eds.), Poverty dynamics: Towards inter-disciplinary approach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http://www.ingentaconnect.com/content/oso/3275317/2009/00000001/00000001/art00005

Nicholas, Aaron, Ranjan Ray and Kompal Sinha, 2013, A Dynamic Multidimensiona
Measure of Poverty, Dep of Econ. ISSN 1441-5429, Discussion Paper 25/13, Monash University









 











5. 우리나라 최후의 사회안전망의 복지사각지대



사회안전망(사회보장 또는 사회보호)은 질병ㆍ노령ㆍ실업ㆍ재해ㆍ노동 등 일반적인 사회적 위험과 빈곤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편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최저한의 소득과 사회서비스(의료, 주거, 영양, 케어, 공교육 등)를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복지제도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5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고용, 산업재해, 의료, 장기요양)을 제 1차 사회안전망,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제 2차 사회안전망,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고 말한다.

복지사각지대

사회안전망은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는 집단이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저 개발국가들에서는 재정의 부족으로 통상 볼 수 있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선진복지국가에서도 복지급여를 불신청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작지 않지만 복지사각지대가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차에 걸친 사회안전망을 완비하고 있지만 복지사각지대가 대규모로 발생하여 있는 특이한 국가이다.

복지사각지대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급자격에 대한 의도적인 배제장치’나 ‘사회보장제도의 설계상 결함’으로 인해 헌법에서 보장된 생존권과 사회권으로서 급여혜택을 받아야 함에도 이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집단을 가리킨다. 빈곤을 은폐하려는 정치적 의도라 할 수 있다.

사회보험들에 있어서 ‘제도적 복지사각지대’는 주로 적용범위(coverage)와 관련되어 발생한다. 사회보험들은 법상 원천적으로 적용대상을 배제하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적 사각지대’는 보험료 납부자격이 있어도 자발적 가입회피, 소득부족으로 인한 보험료 납부중단, 사업주의 가입회피, 보험수급조건의 미 충족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공공부조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도적 사각지대’란 법규상 설정된 선정기준(eligibility)과 관련되어 나타난다. 사실상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에 있거나 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위험’에 있어도 수급자격기준이 비현실적·방어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제도적으로 선정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2014년 2월에 발생한 송파 3모녀의 사건은 부상(어머니)과 정신병적인 불가피한 사유(큰 딸)로 소득이 실제로 없는 근로능력 미약자에게 월 60만원의 추정소득을 부과하여 선정에서 탈락되는 제도적 사각지대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실제적 사각지대’는 불신청자들(non take-up)이다. 급여의 수급요건(benefit eligibility)은 갖추었지만 높은 신청비용(복잡한 서류징구와 절차로서 예를 들면 가족관계 단절 증명요구,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수집동의서 징구, 수급자격에 대한 정보부족, 행정착오 등)에 기인하여 비자발적 불신청자들이 발생한다. 낙인에 대한 두려움, 수혜의 거부 등으로 발생하는 자발적 불신청자도 있다.

제도적 및 실제적 사각지대를 합하여 ‘적용의 사각지대’라 한다. 이외에 ‘적정한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급여로 인해 발생하는 ‘급여의 사각지대’도 있다. 복지사각지대는 협의로는 적용의 사각지대를, 광의로는 급여의 사각지대까지 포함하여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영향아래 인구구조와 노동시장구조의 변동, 새로운 사회위험의 발생 등으로 복지사각지대가 구조화되고 누적적으로 심화되는 역사성을 보여 왔다. 1960년대부터 고속성장에 따른 경제규모의 팽창과 고용수요의 신장에 힘입어 취업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절대빈곤에서 대폭 벗어났다. 그러나 노인, 장애인, 여성 등 근로능력 미약자나 차별받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들은 급속한 인구증가추세를 보였으나 당시 발전국가의 정책적 관심에서 소외됨에 따라 1990년 초부터 빈자의 수가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범주형 공공부조제도로서 아동과 노인들에 대한 생활보호제도가 있었지만 매우 제한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질적 및 양적 악화 등으로 비정규직 및 비 임금 근로자 등 저임 또는 저소득의 고용취약계층이 양산되었고, 일하여도 빈곤한 근로빈곤계층이 새로 형성되었다. 노인인구 증가가 가속하는 가운데 무 연금 또는 저 연금의 빈곤노인인구도 급증하였고, 여성, 조기퇴직자, 한 부모세대, 사고와 질병 등에 의한 부분적인 장애인 등 빈곤위험성향의 인구계층도 양적으로 늘어났다. 역대 정부들이 시장의 불공정성을 방치하고 성장우선주의와 낙수효과를 강조하며 대중을 빈곤위험에 내모는 ‘빈곤화 성장정책’을 장기간 유지하였고,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빈곤화 성장은 국가의 경제성장 우선정책에서만이 아니라 실물시장(불공정거래), 금융시장(이자소득과 자본이익에 대한 저율 또는 무 과세) 및 노동시장(이중화와 저임금)에서 다각적으로 강화되어 왔고, 기초생활보장예산에 대한 지출억압은 좌우성향의 모든 정부에서 추진되었다. 빈곤감축정책이란 용어는 실종되었다. 빈곤율과 빈곤위험 인구수는 지난 25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단기적인 빈곤대책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주요내용에서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장관에게 위임된 고시에서는 기초생활보장지출억제를 통한 재정안정화를 이유로 수급자격을 강력히 제한하고 재정지출 증가를 억제하는 선정기준을 다각적으로 구조화하였다. 지난 17년 간 수급자 수는 150만 명에 이른 적도 있지만 대개는 130만 내지 140만명 수준에 묶어 두었다. 사회안전망은 ‘사회안전 억제망’이었다. 2000년대 초 사회안전망의 탄생 시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엘리트들은 정부에 동조하여 국가예산심의를 매년 통과시켰고, 결과적으로는 대규모의 복지사각지대를 묵인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제도적 사각지대’의 규모를 추정한다. 소득빈곤계층 개념에는 절대소득 빈곤층과 빈곤위험층이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현금급여가 최저생계비에 사실상 미치지 못하지만 의료급여를 거의 무제한 받으므로 일단 절대 및 상대빈곤에서 벗어난 것으로 가정한다. 제도적 사각지대규모는 수급을 신청하였지만 부양의무자기준이나 부양비부과, 재산기준, 보장기관 확인소득 등 여러 선정조건들에 미달하여 탈락한 사람들과 소득이 부족함에도 여러 선정조건에 비추어 탈락을 예상한 사람들과 복지정보를 몰라 불신청한 사람들의 합계이다. 정부는 2015년 및 2017년 기초생활보장실태조사를 통하여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생계급여 및 의료급여 선정기준으로서 소득인정액기준이다)이나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2014년 118만 명에서 2015년 93만 명으로 줄었다고 추계하고 있다. 이 분석은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소득인정액기준으로 위에 말한 독소적 규정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부양의무자기준이나 재산기준 등 여러 선정조건들의 영향이 수급자격 탈락을 일으키는 순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소득액기준 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절대소득빈곤선(최저생계비금액) 이하에 있지만 재산기준, 부양의무자기준 등 각종 선정기준들의 적용에 의해 수급자격이 없는 비수급빈곤층 규모 즉 복지사각지대는 가처분소득기준(공적 이전을 더하고 조세 및 보험료를 차감한 소득이다)의 소득빈곤율 크기로 나타난다. 그 규모는 2014년 총인구의 8.6%(4,414천명)에 이르고 있었다. 2014년 현금급여를 받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24만 명이었다. 최저생계비가 적정수준에 미치지 못하게 낮게 책정되었지만 그 최저생계비 이하를 버는 비수급 절대빈곤계층은 408만 명(절대빈곤율 7.9%)이었다. 이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질병, 부상 등 조그만 사회적 위험에도 빈곤의 나락으로 함몰되기 쉬운 매우 취약한 저소득계층 즉 ‘빈곤위험계층’은 가처분소득의 중위소득 50%이하의 소득가구들이라 할 수 있다. 적정한 최저생계비로 생각되는 중위소득 50% 이하를 벌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위험층 662만 명(상대빈곤율 12.8%)이 제도적 사각지대규모이다. 선정기준이 비현실적(사실상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으로 과도하게 책정되어 제도적 사각지대가 대량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독소적 선정기준의 대표적인 예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과 받지도 않은 부양비를 수급신청자의 소득인정액에 합산

정부는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 받지 못하는 비수급자가 2009년 110만 명이라고 발표한바 있었다. 65세 이하 노인부모 2인을 수급대상자로 하는 4인가구의 부양의무자는 ‘부양능력 없음’의 소득인정액기준이 4,519천원, ‘부양능력 있음’의 소득인정액기준이 5,658천원이다. 이들 금액은 실제 소득액이 아니라 (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라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즉 실제 소득보다 과대한 소득을 버는 것으로 의제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동향조사(2016년4분기)의 4인 가구 월평균 소득 5,542천원(재산의 소득환산액이 더 하여 있지 않다)과 대비할 때 ‘부양능력 없음’의 소득인정액기준은 1백만 원 이상 낮게 설정되어 있고, ‘부양능력 있음’의 소득인정액기준은 2백만 원 이상으로 상향조정될 여지가 있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가산되어 있으므로 상하한 선정기준들은 더 상향조정되어야 합리적이다. 부양의무자기준은 하한과 상한 모두 2백만원 이상씩 대폭 상향 조정되거나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만, 자녀부부의 연소득이 100천유로(연 13,000천 원) 이상이면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양능력미약인 부양의무자이더라도 소득과 부양의무자가 주지도 않는 부양비를 수급대상자에게 준다고 의제하여(부양의무자는 ‘부양능력 없음’이 된다) 산식에 의해 산출된 부양비를 수급신청자의 소득인정액에 포함시킴으로서 받지도 않은 소득인정액이 가산된 수급신청자는 수급자격에서 탈락되거나 부양비만큼 생계비를 적게 받게 된다.

② 재산의 소득환산율이 법정최고이율 24.0%보다 2-3배 높고, 기본재산액은 과도하게 낮게 설정

이 2가지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만드는 대표적인 독소규정이다. 수급자 경우 소유재산에 대해 재산의 소득환산율(실제 소득 외에 환산된 금액만큼 소득 발생된 것으로 간주)을 주거용 재산 월 1.04%(연 12.48%), 일반재산 월 4.17%(연 50.04%), 금융재산 월 6.26%(75.12%), 승용차 월 100%(연 1,200%)을 적용한다. 법정이율 제한까지 무시하는 행정적 폭거이다. 총 재산에서 공제해 주는 기본재산액은 2009년 당시 전세가 수준에서 책정된 대도시 5,400만원, 중소도시 3,400만원, 농어촌 2,900만원이다. 지난 9년 간 전세가는 오름세를 보였지만 기본재산액은 변동되지 않았다.

③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로만 구분하고 근로능력미약구간이 없다.

허리가 아파 쉬고 있는 근로능력미약자이더라도 약을 먹으면서 일할 수 있다고 보고 근로능력자로 판정된다. 이 경우 월 60만원 정도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장기관이 확정한다(과거의 간주소득과 같다). 선진복지국가에서는 근로능력미약자의 근로가능시간을 근로능력자보다 낮게 평가한다.

④ 수급자 선정기준 소득인정액은 적정한 최저생계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수급자로 선정되는 소득인정액기준이 기준중위소득 30%(생계급여)-43%(주거급여)로서 적정한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평가받는 50%보다 낮다. 이렇게 낮게 책정된 선정기준은 수급자격에서 탈락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 ‘실제적 사각지대’에서 비자발적 불신청자 수와 자발적 불신청자 수를 추정하기 어렵지만 상당규모에 이를 것으로 본다. 2013년 복지패널기초분석보고서에 의하면 기초수급신청 탈락자 중 10.1%만이 소득기준 때문에, 나머지는 부양의무자 기준 등 비현실적으로 타이트한 선정기준들이 배제 작용을 하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급여액이 최저소득보장수준에 미흡한 경우인 ‘급여의 사각지대’는 가장 심각하다. OECD통계에 의하면 미국과 캐나다 2개 국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선진국들은 최저소득보장이 중위소득의 36-66%(독거가구기준)에 이르는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25% 수준으로 매우 낮은 그룹에 속하였다. 기초수급제도가 개별급여제로 전환되면서 생계비를 중위소득의 30%로 다소 높여주었지만 OECD국가들에 비하면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방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부조 급여대상에 대한 선정기준을 지나치게 비현실적· 복지지출 방어적으로 설계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국가재정 담당부서인 기획재정부가 미리 정해 놓은 기초생활보장예산금액에 수급자 규모와 선정기준을 맞출 수밖에 없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를 알면서 예산안을 매년 통과시켰다. 근원적으로는 빈곤계층에 대한 복지지원지출 규모를 일정 수준에서 묶어두겠다는 정치엘리트계층의 강력한 성장주의적․재정우선주의적 이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빈곤위험계층이 노인, 장애인, 한 부모, 근로능력취약층 등 사회하부계층으로서 사회적 및 정치적 발언이 매우 약한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간 OECD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급속하게 복지지출을 늘렸지만 빈곤감축기능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다. 총체적인 복지지출의 급증에 불구하고 빈곤율 감축은 2003년의 0.9%포인트(43만 명 수준)에서 2012년의 2.0%포인트(1백만 명), 2016년 4.8%포인트(248만 명)로 미약하였다. 선진복지국가들의 공적 이전에 의한 빈곤율 감축이 11-25%포인트에 이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제도적 사각지대가 대규모로 유지되는 가운데 복지지출의 확대에 비해 빈곤감축효과가 매우 작다는 것은 복지지출의 많은 부분이 빈곤위험계층을 타게팅한 것이 아니라 일반 중산층에게로 엷게 확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미주 2에서 인용한 “복지사각지대 : 규모와 발생 원인(2014)”연구서에 의하면 2012년 사회복지지출의 44% 정도가 빈자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한 바 있었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논거는 이것이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지원에 결과적으로 유리하다는 가설(welfare paradox)에 기대고 있는데, 이것이 허구임이 해외에서는 이미 논증된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두터운 선별적 복지지원으로 고통이 극심한 빈자를 먼저 구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2015년 급여체제 개편의 효과에 대한 평가

이상에서 살펴본 바는 2015년7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체제개편의 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체제를 최저생계비 미달의 수급자들에게 생계, 주거 및 의료급여를 통합적으로 한꺼번에 지원하거나 지원하지 않는 방식에서 개별급여별로 중위소득기준의 선정선이 다른 ‘맞춤형 개별급여체제’로 변경하였고, 이와 함께 부양의무자기준도 크게 완화하였다. 기대와 달리, 수급자 수는 실질적으로 소폭 늘어난데 불과하였다.

수급자 수는 2014년 말 133만 명(개편 전 통합적으로 수급)에서 2016년 말 163만 명(개별 급여를 2개 이상 받는 수급자는 제외)으로 30만 명이 늘었다. 급여별로 보면, 생계급여 1,240,677명, 의료급여 1,409,548명, 주거급여 1,387,915명, 교육급여 381,200명이었다. 2016년과 2014년을 대비하여 수급자 수가 크게 늘었던 것은 생계급여 수급자 수가 9만 명 줄었으나 의료급여 수급자와 주거급여 수급자가 각각 8만 명, 6만 명이 늘었고, 교육급여 수급자가 20만 명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데 기인한 것이었다. 생계급여 수급자가 줄어든 것은 그 선정기준이 이전의 기준중위소득 40%선(과거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기준 중위소득 2015년 28% 및 2016년 29%로 낮아진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주거급여자 수의 증가는 그 선정기준이 이전의 기준중위소득 40% 선에서 43%로 소폭 높아진데 따른 효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증가이다. 그 선정기준은 기준 중위소득 40%선에서 변동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수급자가 8만 명 증가한 것은 주로 부양의무자기준이 완화된데 따른 효과로 볼 수 있다. 교육급여 수급자는 급여체제 개편 이전부터 교육부에서 실시되어왔던 교육비지원제도(중위소득 50% 이하, 부양의무자 기준 없음)의 수급자들이 기초생활수급제도로 편입된데 따른 명목상 숫자의 증가에 불과하다. 교육급여를 제외하고 (생계급여+주거급여+의료급여)를 받는 수급자들의 총 증가는 5만 명에 불과하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급여체제개편과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의 수급자 증가효과는 미약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소득인정액면에서 수급자를 선정하는 중위소득 기준들이 개편 이전과 이후에 별 차이가 없었던 것과 과거 수급자 증가를 제한하는 타이트하게 구성된 독소적 선정기준들이 전연 바뀌지 않은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기준의 완화효과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은 그 기준 완화정도가 현실에 비해 아직도 매우 낮게 비현실적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을 들어내고 있다하겠다.

한편 수급가구 당 실제 받는 급여액은 생계급여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27%→30%)에 주로 힘입어 2015년6월 40.7만원(최저생계비에서 타법지원액을 차감한 후 현금 급여임)에서 2016년 51만원으로 10.3만원(25.3%) 증가하였다. 그러나 그간 최저생계비에서 타법지원액 10만 원 이상 정도를 공제하고 급여하였으므로 최저소득보장이 개선되었다하기 보다는 과거의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회복하였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설명이다.

복지사각지대의 해소방안

기초생활보장의 대규모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일반형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근로능력자용 공공부조와 근로무능력자용 공공부조로 나누고, 70세 이상 노인, 장애인, 한부모 등을 위한 범주형 공공부조제도로 전환하고 수급자격과 급여액를 관대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노인 및 장애인빈곤 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다. 기초연금재원을 공공부조제도에 통합하여 활용하면 추가적인 재정부담도 크지 않다고 추정된다.

독소적인 선정기준들은 개혁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현 한국사회에서 늙은 자녀의 고령 부모부양과 고령 부모의 젊은 자녀부양은 전연 현실적이지 않다. 실제 가난함에도 복지지원하지 않아 노인 및 장애인빈곤을 은폐하는 부양의무자기준은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재산의 범위에서 자가 주택 1채는 제외되어야 한다. 재산의 소득환산율도 현행 금리수준을 감안하여 월 0.5% 이하로 제한하거나 아예 소득인정액제도를 폐기하고, 2000년도에 실시한 바와 같이 소득기준 및 재산기준의 독립적인 2개 기준으로 환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급여는 노후 및 장애인의 생활안정이 보장이 될 수 있도록 관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만성질환이 있는 불 건강 노인은 20만원-30만원의 추가생활비용이 소요되므로 추가급여를 실시하거나 기초연금을 장애인연금처럼 생활의 추가비용으로 빼주어야 한다(현재 중증장애인에 대해 장애인연금을 소득으로 포함하되 그 금액만큼 생활의 추가비용으로 소득에서 빼주고 있다). 주거급여와 난방비를 현실화하고, 돌봄서비스·요양서비스·재활서비스·가족 및 복지상담 사회서비스는 제한 없이 보편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보장재정지출규모가 상당히 늘어 날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기초생활보장수급예산을 대폭 증대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 2018년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예산(긴급지원 포함)은 11.3조원으로 2016년 GDP 대비 0.7%이다. OECD는 평균 2.3%(‘사회연대’를 중시하는 프랑스는 3.7%이다)로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 높다.

적정한 최조보장수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생계비보장이라는 법정 개념을 유지하면서 지금과 같이 최저생계비가 낮게 책정되지 않도록 적정 최저생비개념인 ‘최저소득기준’(minimum income standard)제도의 법정 도입이 긴요하다. 최저소득기준은 전 국민에 대한 적정한 최저소득보장을 목적으로 우리 사회가 정하는 표준적 기준이 되어 생계급여, 최저임금, 최저연금 등을 포함한 240여개 복지프로그램에서 선정 및 급여기준으로 운영되는 것이 타당하다.

거시정책적으로는 GDP지표 대신 삶의 질 지표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지속적 성장정책과 함께 저소득 가계를 겨냥한 소득정책(생활임금지급, 최저임금 인상, 저임 서비스종사자에 대한 소득정책 등)을 동시에 중시하는 정책기조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중장기적인 빈곤감축정책의 도입도 요청되는데 국민과 협의하여 빈곤인구감축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빈곤감축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사전적 빈곤예방조치로서 사회투자정책을 활성화하는 ‘반 빈곤전략’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적극 채택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자료 : 참누리 홈페이지 자료실의 “복지사각지대 : 규모와 발생원인(2014)”보고서에서 설명.




<미주>

1) 선진복지국가에서는 주거지원, 의료지원, 돌봄서비스 등 현물 및 사회서비스관련 복지제도, 최저임금, 공교육 등도 중요한 사회안전망들로 취급한다.

2)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규모와 원인에 대해서는 참누리 홈페이지 자료실의 “복지사각지대 : 규모와 발생 원인(2014)”을 참조

3) 행정소송에서 추정소득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동년 2월에 받자 송파 3모녀사건 발생 두 달 뒤 ‘보장기관 확인소득’으로 명칭을 바꾸고 부상도 근로를 못하는 요인으로 삼았지만 보장기관이 확인하는 추정소득을 부과하는 것에는 변동이 없다.

4) 최저생계비를 선정기준으로 하는 급여체계가 2015년 7월부터 개별급여별로 중위소득기준을 선정기준으로 하는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하였다. 2015년 말 수급자통계는 현재 이용가능하지 않다.

5) 예를 들어 무자녀 노인부부가 연금 20만원, 1억2천만 원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 노인부부는 소득이 매우 부족하므로 수급자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수급자격이 없다고 판정된다. 첫째, 주거용 재산적용한도인 1억 원을 초과하는 2천만 원에 대해 일반재산 환산율을 적용하여 환산액 83.4만원의 월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 둘째, 차액 1억원 중 기본재산공제액 5400만원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 4천6백만 원에 대하여는 주거용 재산 환산율을 적용해 환산액 47.8만원의 월 소득발생으로 간주. 셋째, 소득인정액은 실제소득 20만원과 재산의 소득환산액 131.2만원을 합한 151.2만원으로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한다(2018년도 2인 생계비기준 85.4만원, 의료급여기준 113.8만원, 주거급여기준 122.4만원을 각각 초과한다).

6) 독거가구기준으로 중위소득의 50% 이상(네덜란드 66, 일본 61, 덴마크 58, 영국 58, 핀란드 54, 아일랜드 59), 40% 대(체코 46, 룩셈부르크 44, 독일 43, 노르웨이 41, 오스트리아 41), 30% 대(프랑스 38, 호주 36, 뉴질랜드 36), 20% 대(캐나다 21, 미국 8)로 나눌 수 있다.

7) Korpi and Palme(1998)의 복지패라독스는 타겟팅과 재분배효과 간에는 역의 관계가 있다는 의미로서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었다. 최근 이러한 현상은 매우 약하여 경험적으로 일반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회복지지출의 규모가 높을 때, 높은 타게팅은 높은 재분배수준과 관계가 깊어지고 있었다. Ive Marx, Lina Salanauskaite and Gerlinde Verbist, 2013, The Paradox of Redistribution Revisited: And That It May Rest in Peace? IZA DP No. 7414 May 2013 참조

8) 개별급여체제로 개편이 2015년7월에 있어 개편전인 2014년과 개편 후 효과가 충분히 나타난 2016년을 대비한다.

9)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후적‧ 잔여적으로 운영되는 단기적 빈곤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중장기적인 빈곤대책계획은 부재하였다고 할 수 있다. 2017년8월 발표된 제 1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018-2021)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빈곤감축효과, 복지사각지대 규모 및 급여의 적정성을 검토평가하고, 향후 3년에 걸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향을 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빈곤종합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빈곤감축목표의 제시나 기초수급제도의 독소규정에 대한 개선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